ID: 10693
시카의 기록 #17 : 폐기물
icon 지식
범주: 시카의 기록 - 청년기

- 설명 :
시카라키아를 설계한 이래로 가장 커다란 보름달이 뜬 날. 나는 모든 진실을 알았고, 그렇게 맞이할 수 밖에 없었다.

하필이면 그날, 요루는 혼자가 아니었다. 하필이면 그날, 내가 그곳에 찾아가버렸다. 그날따라 유난히 휘영청 밝았던 보름달 아래 요루는 바아와 뒤엉켜 있었다. 내게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미소를 지으면서. 그녀는 정말 그 순간 너무나도 행복해보였다.

네 헝클어진 모습을 보았던 내 두 눈. 네 갸날프고 기쁜 숨을 들어버렸던 내 두 귀. 네 찢어진 옷가지를 확인했던 내 두 손. 너의 헤어나올 수 없는 협곡으로 들어갔던 내 두 다리. 차마 널 원망하지 못하고, 마주해서는 안 될 네 모습을 마주하게 한 내가 원망스러웠다.

그때, 내  발치에 걸려버린 요루의 찢어진 옷가지가 눈에 들어왔다. 그리고 요루의 옷을 찢은 듯한 어느 단도까지. 또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, 단도에 새겨진 글귀.

"사랑하는 나의 바아. 우리의 낙원은, 오직 검은 여신의 허락 안에서만 완성될 거야."

...그녀 말곤 이런 글귀를 쓸 자가 없다. 틀림없는... 틀림없는 오르의 단도였다. 더는 어떤 설명도 필요없게 되자, 마음 속 깊이 거대한 해일이 몰아쳐왔다.

바아는... 바아는...폐기물이다.
아토락시온 : 센티루토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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